[일상리뷰] 뮤지컬 알라딘 초연 관람 후기 - 지니가 다 하네
정말 오랜만에 뮤지컬 공연을 봤다.
한때는 거의 한 달에 한 편씩 봤었는데, 어느 순간 멀리한 게.. 거의 10년은 되었네.
이번에 본 작품은 뮤지컬 알라딘!
어렸을 때 애니메이션으로도 많이 보고, 실사 영화로 나왔을 때도 봤는데, 이번엔 뮤지컬이다.
어릴 때 본 만화는 '지니가 소원을 이뤄준다' 는 환상에만 빠져서 무슨 얘기인지도 몰랐지만,
성인이 되어 본 실사 영화에서 알라딘과 자스민의 사랑, 지니의 자유, 자파의 계략 등을 스토리를 이해했다.
A Whole New World 는 워낙 유명하니까 다 알고, 영화에서는 Speechless 가 유명해진 것으로 기억한다.
뮤지컬에서는 어떤 넘버가 기억에 남을까? 기대하며...
뮤지컬 위키드 이후 다시 찾은 잠실 샤롯데시어터. 잠실이 멀긴 멀다.
샤롯데시어터에 들어서면, 정면에 역시 저렇게 포토존을 해놓았다.
이번엔 황금과 램프 컨셉인가 보다. 보라색은 신비감을 더 하네.
티켓 수령이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인데, 일찍 가면 확실히 사람이 덜하다. (대신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건 함정)
그런데 문제 발생.
공연 한 시간 전에 안내 문자 발송!
캐스팅 변경!
오늘 원래 알라딘이 김준수였는데, 갑자기 서경수 배우로 변경됨.살짝 실망함.
김준수가 하도 잘한다 잘한다 해서, 한번 보려고 날짜도 맞추고, 그 힘들다는 티켓팅도 시간 맞춰가며 해서 성공했느...ㄴ데... (내 고생은 누가 보상해줌?)
캐스팅 변경 때문에, 내 앞에서 티켓 교환하시던 일본인 팬분은 그냥 돌아가심...ㄷㄷ
그 때문인지, 공연 시작 후에도 VIP 석들의 20~30%는 비어 있었다. VIP석이 비는 건 또 처음이다.
나는 뭐.. 서경석 배우도 궁금했던 터라 그냥 보기로 했지만, 아쉽긴 했다.
그렇게 완성된 오늘의 캐스트!
김준수도 김준수이지만, 나는 지니역의 정성화 배우가 궁금했다.
킹키부츠, 영웅 등에서 워낙 인기가 높고 실력도 인정받지만, 사실 정성화 배우가 디즈니 실사 영화의 지니 더빙을 했잖아?
물론 나는 원어로 봐서 윌 스미스 목소리로 봤지만, 그 지니 역이 상당하단 말야.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과연 뮤지컬이라는 LIVE 공연에서도 그렇게 되나? 싶었던 것이다.
과연?
공연은 정말 재밌었다. 많은 경험들을 하고 10년 만에 본 공연이라, 기대를 하기도 했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또, 주연 알라딘의 캐스트가 변경되어서 처음에는 살짝 실망했지만, 서경수 배우의 알라딘도 좋았다. 어린 알라딘의 순수함과 소년미가 잘 표현되었다랄까? (땀을 많이 흘린 건 비밀ㅎ)
지니 역의 정성화 배우는 정말 ㄷㄷ 최고, 최고! 극 초반부터 중반, 후반까지 뮤지컬 알라딘이 아니라 '뮤지컬 지니' 라고 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대사와 노래들을 소화하는 걸 보니, 제대로 된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다.
등장할 때마다 객석이 들썩들썩. 유쾌하고 반짝이는 존재감 덕분에 공연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극의 재미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데, 그 어려운 걸 해내다니 ㄷㄷ 지니 역은 아무나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아쉬운 건 쟈스민이다. 흠.. 내가 기대한 건 자립심이 강하고, 의지가 강하고,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둘 정도로 '강인한' 쟈스민인데, 한국 공연의 쟈스민은 뭐랄까... 그냥 투정부리는 금사빠 여인?의 느낌을 받았다. 아빠(술탄)에게 결혼할 사람은 본인이 정하고 싶다 말하고, 답답하다며 가출해서 시장 구경하고, 알라딘 만나 사랑에 빠지고, 구혼하러 오는 왕자들은 차 버리고... 뭔가 캐릭터가 너무... 가벼운 느낌이었다. 대사나 노래, 행동에 쟈스민의 강인함이 담기지 않아 아쉬웠다. 더구나 솔로곡인 Speechless 도 없어서, 쟈스민이 캐릭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공감하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기억나는 장면으로는 대부분 하늘을 나는 양탄자 타고 A Whole New World 넘버를 부르는 장면을 꼽는 것 같다. 확실히 공연장 안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를 표현해 낸 것은 놀라웠다. 성인 2명을 태우고, LIVE 공연에서 하늘을 나는 연출을 하는 게 분명 쉽지는 않았겠지만, 요즘은 기술이 많이 발전했으니까.. 가능하리라 본다. 나는 한 가지 아쉬웠던 게, 하늘을 나는데 배경으로 별들만 보여줘서 약간 지루함이 있었다. 무대 장치들을 숨기기 위한 선택으로 암전에 별들만 띄웠겠지 싶긴 한데, 그래도 뒷배경으로 저 멀리 아그라바를 흐릿하게나마 보여줬더라면 더 실감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뽑은 최고의 장면은 동굴에서 지니를 만나 부르는 Friend Like Me 넘버다. 동굴에 들어간 후 암전되었다가, 동굴 안쪽을 구현했는데, 굴곡과 반짝거리는 소재로 만드니 더 실감나고, 그 안에서 부르는 노래가 아주 재밌다. 지니가 램프에서 처음 나와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다양한 모습의 연출이 필요해서 앙상블들도 춤추고 노래하는 와중에 옷도 갈아입고 난리도 아니었을 텐데, 아주 숨차게 바쁘지만 보는 우리는 재밌다. 확실히 화려한 연출은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연 정보
- 공연명: 뮤지컬 알라딘 (Disney’s Aladdin)
- 장소: 샤롯데씨어터 (서울 송파구)
- 기간: 2024년 ~ 현재 공연 중
- 러닝타임: 약 2시간 30분 (인터미션 포함)
- 추천 관람 연령: 8세 이상 (미취학 아동은 보호자 동반시에도 불가)
애니메이션으로도 워낙 유명해서, 대관으로 공연을 보러 오는 초중생들이 매우 많았다.
영화관에서 초딩 빌런들에게 당한 기억이 많아서, 여기서도 빌런들이 보일까 걱정했는데,
대극장이기도 하고, 값도 나가는 공연이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교육 시켰는지,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준수한 관람 환경이었다.
보호자들도 많이 안내를 했을 것이고, 공연장 입장 시에도, 공연 시작 전에도, 인터미션 때에도 안내원들이 계속해서 어린이들에게 정숙을 안내했다.
중요한 순간에는 정숙을 하고, 크게 떠는 장면에서는 다 같이 웃기도 하고, 어느 장면에서는 초딩의 웃음이 애드리브가 되어 공연을 더욱 웃게 만들기도 했다.
최근 예스24 사건으로, 공연을 못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미리 뽑아놓은 예매내역서 덕분에 문제 없이 잘 볼 수 있었다.
지니를 생각하면, 강홍석 배우도 매우 잘 소화할 것 같은 느낌이라, 강홍석 배우의 지니도 한 번 보고 싶다.
기회는 없겠지만...ㅎ